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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속 춘천

2015.04.03 18:00

잠모습 아내

조회 수 266

○ 작가: 천상병(千祥炳 1930∼1993)

- 경남 창원

- 1955년 서울대 상과대 4년 중퇴

- 1949년 마산중학 5학년 때 <죽순(竹筍>11집에 시 ‘공상’추천

- 1952년 <문예>에 ‘강물’, ‘갈매기’ 등 추천

- 1967년 동베를린사건에 연루, 6개월간 옥고.

- 1971년 유고시집 <새> 발간

- 1978년 시집 <주막에서>발간

- 1984년 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발간

- 1987년 시집 <저승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발간

- 1993년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 발간

○ 발표년도: 1989년 

○ 배경지: 강원대학교 병원(춘천시 효자3동/前춘천의료원)

○ 시 전문

- 또 퇴원 후 처음 時作


어이없게 어이없게 깊게 짙게

영! 영! 여천사 같구나야!

시간 어이없게 이른 새벽!

8월19일 2시15분이니

모름지기 이러리라 짐작 되지만

문순옥 아내는

다만 혼자서 아주 형편없이 조그만

찻집 귀천을 경영하면서

다달이 이십만원 안팎의 순이익(純利益)올려서

충분히 우리 부부와 동거하고 있는

어머니(사실은 장모님)와 조카

스무살짜리 귀엽기 짝없는 목영진

애기 아가씨와

합계 네사람 생활, 보장해 주고

또 다달이 약 오만원 가량

다달이 저금하니

우리 네 가족 초소시민층(超小市民層)밖에 안돼도

그래도 말입니다!

나는 담배- 그것도 내 목구멍에

제일 순수한 담배 골라 피울 수 있고요!

술은 춘천의료원 511호실에서

보낸 날수로 따져서 말해요!

1월20일에서 1월17일까지니

담배 더러 피우긴 했었지만

그러니 불법(不法)적으로

피우긴 했어도

간호원이나 기분 언짢고 그래서 지금 금연중이고

소설가인 이외수(李外秀)씨와 이름잊은 제수씨가 퇴원때

집에 와서

한달 동안 자기들 집에서 머물러 달라고 부부끼리 간청했지만…..

다 무시하고

어머니와 영진이가 있는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직귀(直歸)했습니다!

아내야 아내야 잠자는 아내야!

그렇잖니 그렇잖니


○ 이야기

 시인 천상병은 59세 때이던 1988년 음주에 의한 만성 간경화증으로 춘천의료원에 입원한다. 당시 춘천의료원장은 천상병의 학창시절 친구인 정원석 박사. 천상병의 아내인 문순옥씨(카페 귀천 주인)가 정박사를 찾아가 남편을 살려줄 것을 애원한다.

 천상병은 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담배를 피우는 등 말썽을 피우며 투병 생활을 지속한다. 입원 기간 중 춘천에 살던 소설가 이외수가 그 때까지 인사를 나누지 않았던 천상병의 병실(511호실-병원 신축으로 옛 병동의 모습은 없어졌다)을 찾아와 위문을 하는데 그 인연으로 천상병이 죽을 때까지 의형제로 지내게 된다. 

 천상병은 5개월간의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소생, 퇴원을 하는데 이 때 이외수가 찾아와 자신의 집에서 몇일이라도 머물다 갈 것을 간청했으나 이를 물리치고 의정부로 가버리자 이외수가 홧김에 천상병이 있던 병실에 오줌을 갈기고 대신 입원했다는 일화도 있다.

 천상병과 이외수, 중광스님 등 시대의 기인 3명은 1989년 3인 시집 ‘도적놈 셋이서’를 펴냈다. 이 시집은 문순옥씨가 운영하던 서울 인사동 카페 ‘귀천’이 집세 때문에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하자 이외수가 천상병 몰래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펴낸 것이다. 출판 대가로 받은 단돈 6백만원으로 카페 귀천은 계속해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천상병은 춘천의료원 시절 이외수와의 인연으로 이후에도 자주 춘천의 이외수 집을 찾아와 가족간 깊은 유대를 맺는다.

이 시는 천상병이 춘천의료원 퇴원 직후 의정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투병 시절을 떠올리며 헌신적으로 자신을 살려준 부인을 그리며 쓴 시이다.

천상병은 또 입원 기간 중 중광스님이 난데 없이 찾아와 수인사를 하더니 베개 밑에 20만원을 넣어주고 간 일을 시(중광스님)로 썼으며 자신의 목숨을 소생케 해준 담당의사를 생각하며 쓴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점잖으신 의사님께서

    - 입원생활 가운데서


필자가 88년도 5월17일 퇴원한 그 일주일 전날쯤에 매일

아침 열시 무렵에 회진 오시던 구내과 과장님이 두 간호원과 

함께 또 오셔가지고는 필자의 만삭이던 복부를 이러저리

진단하시면서 “일주일 있으면 깨끗하게 퇴원되겠습니다”하

시는 거였습니다

그 말씀 듣고 안심해야 할 필자가 되려 과장님의 소매를

붙잡으며 애걸했습니다

“과장님 그런데 이 배꼽 좀 봐주세요. 왜 이리 일 센티쯤

배위에 올라와 있는지, 큰 걱정입니다”했더니

“아닙니다. 그 배꼽도 차차 배속으로 가라앉아서

가라앉은 정도가 아니고 드디어는 침대 밑으로까지 빠질겁니다”하시

지 않겠어요!

<89년7월 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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