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울림 작품선집 1 - 강물처럼 바람처럼>
[두 릅]
이보게 한발 늦었네
물소리나 듣고 가게
두릅을 따러 어느 깊은 골짜기에 이르렀더니
누군가 앞질러 간 뒤라
온몸의 가시로도 어쩌지 못한
아픔으로 서 있는 두릅나무가
똑똑 따간 자리마다
나를 향해 허전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군, 자네 말대로
맑은 물소리나 꼭꼭 담아가야겠네 -이은무
[꽃씨를 심으며]
갓 핀 꽃 시들 듯
청춘도 세월에 무릎 끓고
한 생애 외길로 가는 회한, 지혜까지도
꽃처럼
피었다 지는
우련한 안개의 숲.
출발의 새로운 문은 언제나 열려있고
만남과 이별도 날씨처럼 드나들지만
언제나 아침의 와서 꽃으로 다시 핀다.
꽃 피는 영롱함도
알고 보면 인고의 한 때
화려한 인간사도
겉 볼 안 아닌 것을
부활의
담금질 견뎌
가슴에 꽃을 심는다. -이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