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영롱함이 어둠속에서 집요하게 따라오던 날
나는 내안의 끼를 좀체 버리지 못하고
마치 그리운 사람이라도 만나려는 듯 달빛을 찾아 나섰다.
달빛은 알레그레토 선율과 함께 피아노 연주음의 빠른 손놀림을 불러오기에 충분했었다.
그 환상은 감미로운 나머지 은은한 슬픔까지도 몰고 왔다.
광기어린 내 집착과 외로운 영혼을 달래주던 쏘나타 음은 가슴속에서 다시 동요되고 있었다.
수필의 길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미궁이다.
그 주변을 20여년이나 배회했건만 아직까지도 갈팡질팡하게 된다. 문학이란 명제 앞에 서면 어이없이 쥐구멍을 찾아들게 된다. 그럴 때 궁여지책으로 변명하는 말이 있다. 인생은 어차피 미완의 길이 아니냐고.
희망에 부풀었던 한해를 보낼 때면 나는 늘 후회를 한다. 수필을 묶는 마음도 기대와 아쉬움을 반복하는 일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난 뒤 오는 후유증과도 같이 저만큼 추락했다가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것은 아직 생을 다하지 않았기 떄문이리라.
하여 오늘도 황량한 시간 앞에 묵도하듯 선다. - <책 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