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소개
‘굴레 씨어터’는 1974년 11월 1일, 춘천교육대학교 극회 ‘석우’ 출신의 젊은 연극인 11명이 모여 창단하였다.
창단 당시 극단명은 ‘극단 굴레’였으며, 창단 작품으로 칼 비트링거 작, 조종록 연출의 《은하수를 아시나요?》 를 무대에 올렸다.
이후 초창기에는 주로 번역극 중심의 공연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싱클레어 작 《제목은 당신이 정하십시오》, 홀 워디홀·미들레스 작 《용감한 사형수》 등
다수의 외국 작품을 공연하였다.
1983년부터는 홍천, 철원 등 강원도 내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순회공연을 기획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1985년 청주에서 개최된 제3회 전국지방연극제에서는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그대의 말일 뿐》으로 우수상(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연출을 맡은 이영철이 연출상을 수상하며, 강원 연극계에 큰 의미와 도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1990년 제8회 전국연극제(춘천)에서는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철수야》로 장려상을 수상하며,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도전의식을 보여주었다.
1989년에는 춘천시 요선동에 ‘굴레소극장’을 개관하여 2016년까지 28년간 운영하였다.
‘굴레소극장’은 당시 전국적으로도 드물었던 지방 극단 소유의 상설 소극장으로, 지역 공연예술 인프라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또한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춘천시 옥천동에 위치한 전문 청소년극장인 ‘꿈의 소극장’을 운영하며 아동극과 청소년극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1990년대 이후 굴레는 청소년극장 개설을 계기로 본격적인 아동극 및 청소년극 창작에 나섰으며,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한 강원도 내외 순회공연으로 문화향유권 신장에 기여하였다.
2002년에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연극, 전문적인 연극”을 지향하고자 극단명을 ‘굴레 씨어터’로 개칭하고,
보다 전문적인 연극 단체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창작 활동으로 극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극단 굴레의 탄생(창단 배경)
1974년 11월 1일, 춘천교육대학 연극부 ‘극회 석우’의 졸업생들이 모여 새로운 극단을 창단하였다.
극단명 ‘굴레’에는 인간의 자유를 얽매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창단 멤버로는 조종록, 이영철, 오일주, 성낙중, 이현용, 남궁광, 김동호, 김봉학 등 춘천교육대학 연극부 출신과
박태훈, 정세원, 송창언 등 교육대학교 출신들로 구성이 되었다.
초대 회장에는 조종록이 선출되었으며, 단원들은 연기자와 스태프의 구분 없이 역할을 돌아가며 맡기로 결정하였다.
창단 초기의 극단 굴레는 계몽적이거나 사실주의적 색채가 강한 기존 연극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성의 피폐를 조명하는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연극에 천착하였다. 이러한 예술적 지향은 당시 연극계의 주류 흐름과는 다른 독창적 행보로 평가받으며,
지역 연극 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였다.
활동 및 흐름(운영 및 변화)
극단 굴레는 1974년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창단 공연으로 칼 비트링거 작, 조종록 연출의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공동체의 불합리성을 고발하며,
전후 동시대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작품이다. 조종록이 연출을 맡았으며, 주연으로 이영철과 이현용이 출연하였다.
특히 이영철은 1인 5역, 이현용은 1인 10역을 소화하여 주목을 받았다.
창단 공연을 위해 한 달간 집중 연습이 진행되었으며, 연습 장소는 이영철의 부친이 운영하던 조양동 소재 제화점 공장을 활용하였다.
공연은 춘천시 중앙로 사거리에 위치한 춘천 YWCA 회관 2층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창단 공연은 1970년대 당시 계몽적이고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했던 연극 풍토 속에서 벗어나, 실험적이며 사회 풍자적인 현대 연극을 시도하겠다는 굴레의 창단 정신을 담고 있었다.
창단 공연 약 20일 후인 12월 22일부터 23일까지는 싱클레어 작, 채희용 연출의 《제목은 당신이 정하십시오》를 춘천 여성회관 2층 회의실에서 공연하였다.
이 작품은 창단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 중 서울에서 연극을 하던 춘천 모 부대 소속 장교가 연출로 참여하면서 이루어진 두 번째 공연이었다.
이후 1975년 1월에는 미미다실에서《살인자》, 2월에는 산호다실에서 《어항》, 3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타의》를 공연하였다.
4월에는 춘천시립문화관(현 강원도립문화관)에서 미들레스 원작의 《용감한 사형수》를, 12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문밖에서》를 공연하는 등,
굴레는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특히 1975년 4월 20일 초연된 《용감한 사형수》(홀 웨디홀, 미들레스 원작)는 굴레가 소규모 살롱 무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강원도립문화관이라는 대형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연극적으로도 전환점을 맞이한 공연이었다.
조종록이 연출을 맡고, 조종록, 송창언, 성낙중, 심인용, 이계숙 등이 출연하였다.
이때 공연 배우로 참여하였던 배우 송창언은 이 공연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무대 꾸밀 돈이 없어서 춘천교대에서《개방병실》공연에 사용했던 세트를 리어카에 싣고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뙤약볕 아래서 성낙중과 함께 날랐던 기억이 납니다. 공연 허가 절차도 모르고 있다가 당일이 다 되도록 허가를 못 받아
부랴부랴 강원도 연극협회장 최지순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가까스로 공연이 이루어졌죠. 공연이 끝나고 단원 친구들이 하나둘 떠난 후,
조종록, 성낙중, 저 셋이 공지천에서 석별의 노래를 부르며 소주 한 병에 라면땅을 안주 삼아 공연 후유증을 달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같은 해 12월 3일부터 6일까지는 창단 1주년 기념공연으로 볼프강 보르헤르트 작, 조종록 연출의 《문밖에서》를 강원도립문화관 전시실을
개조한 소극장에서 4일간 공연하였다. 이 작품은 독일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의 허망함과 내면의 분열, 긍정과 부정의 ‘나’ 사이의 갈등을
다룬 레제 드라마 형식의 작품이었다. 주연 베크만 역을 맡은 성낙중은 공연 중 누님의 타계 소식을 접했으나,
조문만 간단히 마친 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공연에 임해 단원들의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당시 리플렛에 다음과 같은 각오를 남기기도 했다.
“순수, 그리고 진실. 이 한 줌의 보석을 움켜잡기 위해 어떠한 환란과 고통이 올지라도 최후의 그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다.”
1976년에는 하유상 작, 성낙중 연출의 《도깨비 우화》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희곡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연극협회
강원도지부 주관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예총 강원도지부와 춘천시 새마을운동협의회가 주최하였고,
수익금은 새마을기금으로 납부될 예정이었으나 관객 동원이 저조하여 적자를 기록하였다.
당시 대표였던 오일주는 “적자로 인해 한 달 치 봉급을 모두 쏟아부었고, 강원도 경찰청에서 성금 관련 문의가 와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사정을 설명한 끝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회상하였다.
창단 초기, 인간성 회복에 주목한 실험적 작품에 집중하던 굴레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계몽적·해학적 작품으로 공연 방향을 확대해 나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6년 9월 춘천시립문화관에서 공연된 이근삼 작, 조종록 연출의 《옹고집전》은 춘천시 가족계획협회의
요청으로 가족계획 주제를 담아 기획되었으며, 극단 혼성의 김경태, 최지순이 함께 출연하였다.
1980년 1월에는 이근삼 작, 조종록 연출의 《요지경》을 무대에 올려, 전국소년체전 출전 선수들의 훈련비 모금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였다.
《옹고집전》과 《요지경》은 향토성과 해학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굴레의 대중적 입지를 강화하였다.
일반인에게 입단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며 우수작 줄이어
1982년까지 극단 굴레는 춘천교육대학 출신에 한정하여 단원을 모집해 왔다. 그러나 단원 대부분이 교사로 발령받아 지방으로 떠나면서,
겨울방학 중에만 모여 연습을 이어가는 방식에도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점차 활동이 어려워지고, 해체 의견까지 나오자 극단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고민 끝에 일반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하며, 해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1982년 1월 30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된 《철부지들》(톰 존스 원작, 조종록 연출)은 철없는 사춘기 아이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지역 현실에 맞게 각색되어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후 1984년 2월에는 성낙중 주연, 이영철 연출의 《품바》(김시라 원작)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품바와 고수가 짝을 이루어 각설이 타령과 구전민요를 부르며 익살스러운 춤과 몸짓을 곁들인 마당극 형태의 공연이었다.
춘천시립문화관 전시실, 카페 알프스, 카페 포에지, 춘천 YMCA 회관 등지에서 공연되었으며, 강원도 내 순회공연도 이루어졌다.
연일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공연 중 배우 성낙중이 감기 몸살로 목이 쉬어 공연을 중단하고 관객에게 일일이 사과하는 일화는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그대의 말일뿐》, 전국연극제 우수상 수상
1984년 10월에는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그대의 말일뿐》이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이듬해 4월 제2회 강원연극제에서 최우수상과 연출상을 수상하였고,
6월 충북에서 열린 제3회 전국지방연극제에서는 우수상(문화공보부 장관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극단 굴레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이영철은 이 작품의 연출의 변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움직일 때마다 돌부리에 채이고, 그때마다 해체라는 단어를 들먹였던 수많은 날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빈 무대를 남기고 떠나버린 단원들. 경제적 타격, 연극 같은 연극을 하라던 치욕적인 야유,
간신히 마련한 연습실을 건물주의 몰인정으로 부숴야 했던 아픔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반발로 승화시키며 견뎌온 끈기가 조금은 자랑스럽다.”
이러한 고백은 연극을 통한 삶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적 열정과 인내의 증표로 평가된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철수야》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재미교포 이철수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순회공연과 연극의 대중화
1983년 2월부터는 이재현 작, 이수곤 연출의 《엘리베이터》를 춘천, 횡성, 태백, 속초 등지에서 순회공연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극단 굴레는 《품바》, 《그대의 말일뿐》, 《방황하는 별들》, 《백설공주》, 《철수야》, 《아벨만 이야기》 등의 작품을
학교, 복지시설, 군부대 등에서 무료로 순회 공연하며 지역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이러한 순회공연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춘천교육대학 출신 단원들이 교사로 발령받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연극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청소년극 창단과 아동극의 시작
1986년 4월, 극단 굴레는 청소년 극단을 창단하고 윤대성 작, 이영철 연출의《방황하는 별들》을 무대에 올렸다.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이 공연은 청소년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공연 기획의 시도였다.
1987년 5월 3일부터 8일까지는 청소년의 달을 맞아 그림형제 원작, 이영철 연출의《백설공주》를 시립문화회관에서 공연하였다.
불우 청소년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기획된 이 유료 공연은 당시 사무실 임대료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던 극단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며,
성인 중심의 공연이 주를 이루던 당시 춘천 연극계에서 아동·청소년극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굴레는 아동극과 청소년극을 극단의 주요 활동으로 삼으며, 지역 공연예술의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
1989년 창설된 춘천국제인형극제가 자신들의 이러한 흐름이 그 씨앗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소극장 개관과 극단 활동의 확장
1989년 9월, 극단 굴레는 춘천시 요선동 소재 건물의 지하 공간에 약 50여 평 규모, 약 70석의 소극장 겸 연습실을 마련하며 자체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같은 해 6월 1일부터 5일까지 춘천시립문화관에서 공연한 《방황하는 별들》은 입장료 2천 원의 유료 공연이었으며,
이 공연의 수익을 통해 극단의 재정이 다소 안정되자 소극장 마련이 가능해졌다.
공간 조성에는 단원들의 십시일반 기금이 보태졌으며, 이영철과 박석재 등 주요 단원들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내부 구조를 뜯어고쳐
공연과 연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소극장 개관 이후 단원 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1989년 9월 개관 기념으로 굴레의 대표작 《그대의 말일뿐》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 《거꾸로 사는 세상》, 《방황하는 별들》 등을 연이어 공연하며 본격적인 레퍼토리 극장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1990년 4월, 제7회 강원연극제에서는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철수야》를 출품하여 최우수상과 연출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5월에는 제8회 전국연극제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하여 장려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상)을 수상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백성공주》, 《불타는 별들》, 《장화 신은 고양이》, 《요술공주 밍키》, 《아벨만 이야기》 등 아동극, 청소년극, 성인극을
꾸준히 제작하며 다양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갔다.
1993년, 춘천문화예술회관이 개관되면서 지역 예술인들은 개런티 없이 자비를 들여 기념 공연 무대를 준비하였다.
극단 굴레는 극단 혼성, 태백무대(현 연극사회)와 함께 정통 셰익스피어 작품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영철의 연출로 무대에 올렸다.
당시 600만 원의 제작비로는 공연을 완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연출자 이영철은 3년 전 국립극장에서 같은 작품이 공연된 사실을 떠올리고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이자 춘천 지역 국회의원 출신인 이민섭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고가의 의상과 소품을 일주일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었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공연에는 홍천 출신의 원로 연극인 고(故) 고설봉 선생을 비롯해 춘천 연극계의 대부격인 박완서, 최지순 등이 출연하였으며,
무대는 연극 연출과 무대미술 작업으로 명망이 높았던 고(故) 윤고성 선생이 제작하여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199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며 굴레는 보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시도하게 된다.
1980년대까지는 인간의 고뇌와 철학을 다룬 무게감 있는 연극을 주로 올렸다면,
1990년대에는 향토극, 가족극, 사회비판극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방황하는 별들》, 《봄봄》, 《맹진사댁 경사》, 《참새와 기관차》, 《전하》, 《늙은 도둑 이야기》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굴레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관객을 아우르며 춘천 지역 대표 극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세대와 함께한 내실 강화의 시기
1980~90년대가 극단 굴레가 외연을 확장해나가던 시기였다면, 2000년대는 새로운 세대가 합류하여 내실을 다지고 활동 기반을 재정비한 시기로 평가된다.
특히 2002년부터는 1980년대 후반에 입단한 젊은 세대가 침체되어 있던 극단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시금 창작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2002년 ‘굴레 씨어터’로 개칭, 새로운 도약
2002년 4월, 극단은 ‘굴레 씨어터(Gulrae Theatre)’로 명칭을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였다.
"대충 만들어 적당히 무대에 올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질 높은 공연으로 관객이 공연을 찾아오게 만들자"는 인식 아래,
굴레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극 활동을 목표로 삼았다.
같은 해 4월, 굴레소극장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이해규가 대표로 선임되었으며, 황운기가 기획 부대표, 박선영이 사무 부대표로 임명되면서
새 출발의 조직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이들은 침체된 지역 연극계의 활력을 되찾고자 ‘굴레 씨어터’의 정체성과 비전을 재정립하는 데 힘썼다.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및 공연장 개선
2004년에는 극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하여 김상열 작, 이영철 연출의 《등신과 머저리》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였다.
이 공연은 굴레의 3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같은 해, 문화관광부가 공모한 ‘2004 소공연장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굴레소극장의 전면 개보수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소극장은 60석 규모의 객석과 안정된 무대를 갖춘 공연 전용 공간으로 재탄생하였으며,
극단의 창작 활동에 실질적인 기반이 마련되었다.
개선된 공연장에서는 《최선생》, 《미라클》 등 장기 공연이 이어졌으며, 특히 《미라클》은 3개월 이상 장기 공연된
우수 작품으로서 강원연극제에서 최우수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지속적인 활동과 소극장 20주년 기념 공연
이후에도 굴레는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제22회 강원연극제에는 윤대성 작, 황운기 연출의《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과 이상우 작, 이영철 연출의 《늙은 도둑 이야기》를 출품하며 창작 레퍼토리를 넓혀갔다.
2009년에는 굴레소극장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코메디클럽에서 울다》를 공연하였다.
이 시기를 전후로 예전만큼 활발한 공연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매해 한 편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극단의 명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듯 보였던 굴레는 연간 정기공연을 통해 관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지역 연극계에서의 존재감을 지켜왔다.
50주년 기념 공연, 다시 찾아온 활기
최근 극단 굴레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초창기 작품인 《어항》을 다시 무대에 올리며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 공연은 굴레의 원형적 정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극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무대로 기획되었다.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역과 함께해 온 굴레는, 춘천 연극사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단 굴레가 갖는 의미
극단 굴레, 아동극·청소년극의 개척과 지역문화 확산의 씨앗
극단 굴레는 춘천교육대학교 출신의 연극인들이 모여 창단한 극단으로, 1970년대 초창기부터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과감하게
무대에 올리며 춘천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특히 굴레가 보여준 아동극과 청소년극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집념은 지역 연극사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굴레는 지역사회에서 전무하던 아동극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당시만 해도 아동을 위한 연극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굴레는 아동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교육대학교 출신 단원들이 강원도 각지 오지에서 교직생활을 하며 직접 목격한 아동·청소년의
문화적 결핍을 바탕으로 공연을 시작하였다. 이는 단순한 무대화의 차원을 넘어,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를 실현하는 소중한 움직임이자 실천이었다.
굴레의 아동극 활동은 이후 춘천 지역에서 국제적인 연극제로 성장한 ‘춘천국제인형극제’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1997년에는 별도의 인형극단 ‘꿈동이’를 창단하여 아동극 전문 극단과 배우 양성에도 앞장섰으며,
아동극의 예술적·사회적 가치를 지역에 확산시키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였다.
청소년극 분야에서도 굴레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표작 《방황하는 별들》은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 작품으로,
춘천 지역 최초의 청소년극 시도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작품은 학생 배우들이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졌으며,
단순한 공연을 넘어 청소년 연극 활동과 극단 운영의 가능성을 실현한 의미 있는 사례로 기록된다. 이는 지역 내 청소년 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굴레는 순회공연을 통해 강원도 내 다양한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지역민들에게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문화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 공연을 전달한 활동은 단순한 극단의 활동을 넘어,
지역문화의 확산과 향유 기회를 넓힌 ‘문화의 전달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사례로 평가된다.
요약하자면, 극단 굴레는 춘천을 기반으로 아동극과 청소년극의 영역을 개척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교사이자 예술가였던 단원들의 헌신과 지역문화에 대한 깊은 열정은 ‘굴레 씨어터’를 춘천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공연 주제와 작품 경향
김상열 작가의《철수야》와 《그대의 말일 뿐》은 사실주의적인 외형을 띠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사회적 모순과 인간 내면의 불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또한 《방황하는 별들》과 《불타는 별들》은 청소년기의 혼란과 방황,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예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청소년들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무대 위에 생생히 드러내면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학교, 가정, 또래 집단 등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의 충돌과 소외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 시대와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어 인식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극단 굴레는 언제나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철학은 극단의 공연이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성찰의 기회를 함께 제공해왔음을 보여준다.
굴레 씨어터의 공연 주제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모순을 탐색하는 진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관객과 함께 웃고 즐기며 고민할 수 있는 연극적 즐거움으로 풀어내고 있다.